오피니언 리더, 우리 사회에 말하다 : 백승호 성수의료재단 인천백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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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조회 21회 작성일 26-10-19본문

기술의 혜택이 필요한 환자에게 먼저 닿는 의료를 향해
백승호 성수의료재단 인천백병원 이사장 ㅣ 신경외과 전문의 ㅣ 위클리피플 의료경영 고문
의료기술의 발전은 환자에게 어떤 변화로 다가와야 할까. 진단을 돕는 인공지능과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디지털 기술의 가능성을 이야기 할 때, 백승호 성수의료재단 인천백병원 이사장은 그 기술이 닿아야 할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경의 주민,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병원을 찾는 일부터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다. 그에게 AI 의료의 가치는 기술의 성능과 함께, 필요한 의료를 제때 받기 어려웠던 사람들의 삶에서 확인되어야 한다.
30여 년간 신경외과 의사로 환자를 진료하고 지역 의료기관을 운영해 온 백 이사장은 의료현장의 변화 속에서도 지켜야 할 원칙을 강조한다. 의료진의 판단을 돕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환자에 대한 책임과 돌봄도 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위클리피플은 창간 17주년 기획 『오피니언 리더, 우리 사회에 말하다』 를 통해 지역 의료의 과자와 AI 시대의 의료철학에 관한 그의 이야기를 담았다.
ㅣ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제때 닿는 의료
백승호 이사장이 생각하는 좋은 의료의 기준은 환자의 일상 가까이에 있다. 치료가 필요한 순간에 병원을 찾을 수 있고, 필요한 진료로 이어지며, 그 과정에서 환자가 홀로 남겨지지 않는 의료다. 의사로서 환자 곁을 지키고 경영인으로서 지역 병원을 운영해 온 시간은 그에게 의료의 접근성과 지속성에 관한 질문을 남겼다.
"저는 지난 30여 년 동안 신경외과 의사로 환자의 곁을 지키고, 지역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경영인으로 병원의 문턱을 지켜왔습니다. 그 시간이 저에게 남긴 한 가지 확신은, 좋은 의료란 결국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제때 닿는 의료'라는 사실입니다."
그는 오늘날 지역의료가 마주한 어려움을 의료 수요와 공급 사이의 불균형에서 바라본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로 진료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늘어나는 반면, 지역과 필수의료를 지탱하는 인력과 자원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백 이사장은 인천에서도 섬 지역을 비롯한 일부 취약지역의 응급·중증 대응에 공백이 있다고 짚었다. 같은 지역에 살더라도 필요한 의료에 도달하는 여건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구조적 어려움에 대응하려면 기존의 진료 방식을 보완할 새로운 수단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ㅣ의료진의 시간을 환자에게 돌려주는 기술
백 이사장은 그 해답의 한 축으로 AI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의료영상 판독을 보조하고, 응급실에서 환자의 중증도 분류를 돕고,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는 기술은 의료진이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진료기록 초안 작성과 같은 반복 업무를 덜어주는 역할도 그가 관심을 두는 부분이다.
그는 이러한 기술의 의미를 의료진이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시간과 연결한다. 행정과 기록에 들이는 부담이 줄어든다면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상태를 설명하며, 치료 과정의 불안을 살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AI가 행정과 반복 업무를 덜어줄수록 의료진은 그만큼 환자 곁에 더 오래 머물 수 있습니다. 기술이 사람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에게 더 집중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제가 꿈꾸는 AI 의료입니다."
도서·산간 지역처럼 의료 자원이 부족한 곳에서도 AI는 진료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바라본다. 환자가 먼 거리의 대학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는 분담을 줄이고, 지역 의료진이 판독과 판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백 이사장은 이러한 활용이 지역의료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다만 그가 제시하는 방향에는 분명한 전제가 있다.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은 사람에게 남아야 한다는 점이다. 환자의 손을 잡고 마주 앉아 상태를 살피는 의사의 역할 역시 의료현장에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는 의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는 도구여야 합니다. AI가 의료의 주인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AI는 진단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의료진이 더 정확하고 더 빠르게 판단하도록 돕는 조력자여야 합니다."
ㅣ기술의 속도와 함께 살펴야 할 혜택의 순서
백 이사장은 AI 의료의 발전을 이야기하며 '순서'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도입하는가와 함께, 그 혜택을 누가 먼저 받게 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기술을 활용할 여건이 좋은 병원과 지역에만 자원이 집중된다면 의료 접근성의 차이는 여전히 남을 수 있다. 그가 우려하는 것은 AI가 발전하는 동안에도 정작 도움이 절실한 환자들은 변화에서 멀어지는 상황이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 경제적·사회적 여건으로 의료 접근성이 낮은 사람들,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의 주민에게 기술은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도움으로 이어져야 한다, 백 이사장은 AI 의료의 도입과 확산 과정에서 이들의 상황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도달하는'순서'입니다. 저는 AI 의료가 '가장 먼 곳'과 '가장 약한 사람'에게 먼저 닿도록 설계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의 제언은 지역의료를 운영해 온 경험과 맞닿아 있다, 의료기관이 가진 역량을 환자에게 전달하려면 장비와 시스템뿐 아니라, 환자가 이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까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백 이사장은 기술의 발전이 의료현장의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ㅣ환자의 존엄과 안전을 앞세우는 병원으로
백 이사장은 인천백병원이 지향해 온 돌봄의 방향도 함께 전했다. 보호자의 간병 부담을 덜기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 병동으로 확대해 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환자 곁을 사람이 지키는 의료'를 향한 과정으로 바라본다.
앞으로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에서도 이 원칙을 이어가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의료진의 업무를 돕는 기술이 병원 안에 자리 잡을수록, 그 결과가 환자의 안전과 돌봄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효율은 기술이 맡고, 신뢰와 돌봄은 사람이 맡는 병원. 데이터의 편리함보다 환자의 존엄과 안전을 앞세우는 병원. 저는 그것이 지역 의료기관의 AI 시대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지역 병원의 미래는 환자와 맺어 온 관계 속에서 이어진다. 필요한 순간에 진료받을 수 있다는 믿음,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의료진이 있다는 안도감, 치료 과정에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신뢰가 병원이 지켜야 할 가치다.
백 이사장이 지금 우리 사회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결국 그 지점으로 향한다. AI가 의료진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안, 환자는 더 충분한 설명과 세심한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가 다음 세대에 남기고 싶은 의료의 모습에는 기술의 발전과 사람의 온기가 함께 담겨 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똑똑해져도 환자는 사람의 눈을 보고 안심하고, 사람의 목소리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저는 AI가 의료의 무게를 덜어주되 사람의 온기를 절대 지우지 않는 그런 시대를 다음세대에 남겨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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